돔 페리뇽

거품을 없애려던 수도사의 역설

🇫🇷 프랑스 샹파뉴샴페인12.5%
돔 페리뇽 샴페인

"별을 마시고 있어" — 전설의 진실

"빨리 오게! 내가 별을 마시고 있어!(Come quickly! I am tasting the stars!)" 프랑스 오빌레(Hautvillers) 수도원의 수도사 돔 피에르 페리뇽(Dom Pierre Pérignon)이 샴페인을 처음 발견했을 때 외쳤다는 전설적인 말입니다. 낭만적이고 시적인 이 명언은 전 세계 샴페인 광고에 수없이 인용됐습니다. 그런데 역사학자들은 이 명언이 페리뇽 사후 200년가량 지나서 만들어진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진짜 이야기는 훨씬 역설적입니다. 돔 페리뇽은 샴페인을 '발명'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오히려 샴페인을 '제거하려' 했습니다. 그것도 평생을.

악마의 와인 — 폭발하는 지하 저장고

17세기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의 와인 저장고는 공포의 공간이었습니다. 매년 봄이 되면 지하 동굴 저장고 곳곳에서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겨울 동안 차가운 온도에 의해 멈췄던 발효가 봄이 되어 기온이 오르면 다시 시작되고, 병 속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되어 결국 병이 폭발한 것입니다. 심할 경우 저장고 전체 병의 20~90%가 파손됐습니다. '악마의 와인(Vin du Diable)' 또는 '사탄의 와인'이라 불릴 만했습니다.

1668년, 베네딕도 수도회의 오빌레(Abbaye Saint-Pierre d'Hautvillers) 수도원은 젊은 수도사 돔 피에르 페리뇽을 와인 저장고 담당자(cellar master, 양조 담당 수사)로 임명합니다. 그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 폭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수도원의 와인 판매 수입이 저장고 폭발로 큰 손실을 입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페리뇽은 30년 이상 이 '결함'을 제거하기 위해 매진했습니다.

영국인들이 먼저 좋아했다

역설이 시작됩니다. 프랑스가 두려워하던 기포 와인을, 영국 귀족들은 오히려 즐겼습니다. 당시 영국으로 수출된 샹파뉴 와인들은 운송 중에 기포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영국 귀족들은 이 거품을 특별하고 신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이 '결함'을 보존하기 위해 더 두꺼운 유리병을 만들고(영국의 유리 기술이 더 발전해 있었습니다), 코르크 마개를 철사로 고정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이 맥락에서 "샴페인은 사실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에서 먼저 '발명'됐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프랑스는 기포를 없애려 했고, 영국은 기포를 가두려 했습니다. 결국 영국의 수요가 프랑스를 바꿨습니다. 18세기 중반이 지나면서 프랑스 샹파뉴 지방 생산자들도 기포 와인의 상업적 가치를 인식하게 됩니다.

페리뇽의 진짜 공헌

그렇다면 돔 페리뇽은 샴페인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그는 샴페인을 '발명'하지 않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샴페인을 가능하게 한 세 가지 결정적인 기술 혁신을 이뤄냈습니다. 첫째, 여러 포도밭의 포도를 섞어 더 균형 잡힌 맛을 만드는 '블렌딩(blending)' 기술을 체계화했습니다. 단일 포도밭의 포도만 쓰는 것보다 여러 포도를 섞으면 날씨 등 변수에 덜 취약하고 더 일관된 품질을 낼 수 있습니다. 둘째, 스페인 코르크 나무 껍질로 만든 코르크 마개를 도입해 기포를 더 안전하게 가뒀습니다. 셋째, 두꺼운 유리병을 도입해 폭발 위험을 크게 줄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포를 없애려던 노력들이 결국 기포를 더 잘 보존하는 기술로 이어진 것입니다.

베브 클리코와 뮈아종 — 현대 샴페인의 완성

샴페인이 오늘날의 형태로 완성되는 데는 한 명의 과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1805년 남편을 잃은 27살의 과부 바브-니콜 클리코(Barbe-Nicole Clicquot, 베브 클리코)는 직접 샴페인 회사를 경영하며 혁명적인 발명을 합니다. '뮈아종(remuage, 병 돌리기)'입니다. 발효 후 샴페인 병에는 효모 찌꺼기가 남는데, 이것을 제거하려면 병을 거꾸로 세워 조금씩 돌리면서 찌꺼기를 병목 쪽으로 모아야 했습니다. 베브 클리코는 이를 위한 전용 경사 선반(퓨피트르, pupître)을 발명합니다. 이 기술 덕분에 맑고 투명한 샴페인이 가능해졌고, 샴페인은 비로소 귀족과 왕실의 축제 음료로 확고히 자리 잡습니다.

사브라주 — 나폴레옹 군인들의 전통

샴페인 병을 군도(사브르, sabre)로 단번에 따는 '사브라주(sabrage)'라는 전통도 흥미롭습니다. 나폴레옹 전쟁 시대의 기병들이 승리를 축하할 때 말 위에서 칼로 샴페인 병 목을 따던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은 "샴페인은 승리할 때 마셔야 하고, 패배할 때는 더욱 필요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기포가 생성하는 압력 덕분에 날카로운 칼로 병목을 정확히 치면 유리가 깨끗하게 날아가며 와인이 분출됩니다. 오늘날에도 고급 레스토랑이나 결혼식에서 사브라주를 선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대의 돔 페리뇽 브랜드

오늘날 '돔 페리뇽(Dom Pérignon)'은 모에 에 샹동(Moët & Chandon)의 최고급 프레스티지 큐베(Prestige Cuvée)입니다. 최상의 빈티지(수확 연도)에만 생산하기 때문에 매년 출시되지 않습니다. 한 병 가격은 수십만 원에서, 특별한 빈티지는 수백만 원을 호가합니다. 거품을 제거하려 했던 수도사의 이름을 딴 샴페인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기포 음료가 된 것입니다.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페리뇽은 별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는 별을 가두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 별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음료가 됐습니다.

🍽 페어링 추천

샴페인의 높은 산도와 섬세한 기포는 짭조름하고 진한 식재료의 맛을 끌어올리는 데 탁월합니다. 캐비아와 샴페인은 사치의 정점이지만, 그만큼 완벽한 공명 페어링입니다. 훈제연어, 생굴, 신선한 새우도 클래식 조합입니다. 의외로 감자칩이나 팝콘처럼 짭조름한 스낵도 샴페인의 산도와 좋은 균형을 이룹니다. 식사 중에는 크림 파스타나 리소토와도 훌륭하고, 브리·카망베르 같은 부드러운 치즈와도 잘 맞습니다. 무엇보다 샴페인은 식전주로 어떤 음식과도 즐겁게 시작할 수 있는 만능 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