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품진로

실패한 재고가 10년 숙성 끝에 명품이 된 기적

🇰🇷 한국소주35%
일품진로 25
© 하이트진로

참나무통 맑은소주의 탄생과 실패

1990년대 중반, 진로는 소주 시장에서 파격적인 실험을 시작합니다. 위스키처럼 참나무통에서 숙성한 소주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름하여 '참나무통 맑은소주'. 증류한 소주 원액을 국산 참나무통에 담아 숙성시키면, 위스키처럼 깊은 향과 부드러운 맛이 날 것이라는 기대였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소주에서 참나무 향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소주는 깔끔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던 시대였습니다. 참나무통 맑은소주는 판매 부진 끝에 사실상 실패로 선언됩니다. 팔리지 않은 원액이 담긴 참나무통들이 창고 한편에 조용히 쌓여갔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던 창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 통들은 그저 처리해야 할 재고였습니다. 수년이 지나고, 또 수년이 지났습니다. 창고 안에서 오크통은 조용히 숨을 쉬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무가 수축하고 팽창하면서 원액은 참나무의 바닐린, 탄닌, 리그닌 성분을 천천히 흡수해 갔습니다.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숙성이 10년 가까이 조용히 이어졌습니다.

우연한 발견

어느 날, 진로의 연구원이 오랫동안 잊혀 있던 창고를 점검하다가 뚜껑을 열었습니다. 코끝에 전혀 예상치 못한 향이 날아왔습니다. 버릴 예정이었던 실패작에서 복잡하고 깊은, 그러면서도 기품 있는 향이 피어오른 것입니다. 한 모금 맛보자 그것은 단순한 소주가 아니었습니다. 쌀의 단맛과 참나무의 부드러운 바닐라향,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따뜻한 여운. 한국에서 일찍이 만든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증류주였습니다.

일품진로의 탄생

진로는 이 우연한 발견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10년 가까이 오크통에서 숙성된 원액을 정제하고 블렌딩해, 1995년 '일품진로(一品眞露)'라는 이름으로 출시합니다. 일품(一品)은 '첫 번째 품격', 즉 최고급을 뜻합니다. 도수는 35도. 당시 소주 평균 도수인 25도보다 훨씬 높은, 전통 증류주의 영역입니다.

반응은 조용했지만 강렬했습니다. 소주이면서 위스키의 깊이를 가진, 어느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술. 바텐더들과 미식가들 사이에서 서서히 퍼져나가며 일품진로는 한국 소주 역사상 가장 독특한 프리미엄 소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실패가 명품이 된 기적

일품진로의 이야기는 계획된 성공이 아닙니다. 실패한 제품, 처치 곤란한 재고, 아무도 손대지 않던 창고가 10년이라는 시간을 만나 기적으로 변한 이야기입니다. 스카치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우연히 숙성된 것에서 출발했듯, 일품진로도 실패와 방치가 빚어낸 우연의 걸작입니다. 버려질 운명이었던 술이 한국 소주 역사상 가장 복잡한 향을 가진 명품이 된 것. 시간이 만든 선물이자, 실패가 품은 기적입니다.

우리가 포기한 것을 시간이 완성했습니다.

🍽 페어링 추천

일품진로는 35도의 높은 도수로 니트(Neat)로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오크 숙성에서 오는 바닐라와 곡물의 향이 지방이 풍부한 한우 숯불구이, 안동 간고등어와 깊은 조화를 이룹니다. 된장찌개나 청국장처럼 발효의 깊이가 있는 음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차갑게 마시면 깔끔하고, 실온에서 마시면 오크향이 더 풍부하게 올라옵니다.